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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보

학교 독서교육의 목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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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독서교육의 목적

 

 

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가 독서를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책 읽는 것에 어떤 이점이 있기에 이렇게 많은 학교들이 독서 교육을 강조하는 것일까요? 

 

  독서는 공감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상상력 등 고등 정신 능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 길러진 고등 정신 능력이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 공감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독해력, 상상력이 길러지고 학생들이 똑똑해져서 공부를 잘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은 능력 심리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형식도야설이라고도 하는 이 관점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이 몇 가지 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근육처럼 단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서 공감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등의 정신적 능력을 단련하면 이를 다른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인간의 정신 능력을 너무 단순하게 여기고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동일한 요소나 원리가 내재되어 있지 않은 두 활동 사이에는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아무리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도 수학 성취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추리 소설과 수학 공부 사이에는 동일한 요소나 원리, 그리고 맥락이 적기 때문입니다. 

 

 

   전이의 효과가 일반적이라고 주장하는 형식도야설은 인문 교육의 토대가 되어 학문 중심 교육과정을 탄생시켰지만, 한 교과가 다른 교과보다 우수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는 정신 능력을 계발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독서가 다른 활동보다 뛰어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정신 능력을 기르기 위해 꼭 독서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독서의 가장 큰 이점은 즐거움일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독서를 즐거움의 대상으로 여기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독서를 숙제처럼 제시하고, 학생에게 과한 부담을 주는 독후감을 강요하기도 하니까요. 책 읽기를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국어 수업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독서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반성해봐야겠습니다. 

 

   끝으로, 얼마전에 재미있게 읽은 문유석 판사의 '쾌락독서' 일부분을 덧붙입니다.                          

 

'성공', '입시', '지적으로 보이기'등등 온갖 실용적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 읽기를 강요하는 건 읽기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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