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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행복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 행복이란?//행복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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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 행복이란?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모두 알고 계실겁니다. 관심이 있어서 국제 비교 연구를 찾아보니 꽤나 충격적이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행복한 학급을 운영해보려고 관련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몇몇 책은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합니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서로 다른 설명을 하는게 재미있어서, 제가 읽은 책 가운데 인상 깊은 책 몇 권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소개할 책은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입니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고 주장합니다. 쌍둥이 연구를 통해 유전과 정서의 관계를 오래 연구한 미네소타 대학 데이비드 리킨, 어크 텔레건 교수 주장처럼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는 것이죠.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어'라고 생각했는데, 행복이 유전이라니? 조금 허탈해집니다.

  서은국 교수는 인간은 100% 동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고, 이는 의미있는 삶을 통해 구현된다'는 도덕론적 행복론을 주장했지만 견해일뿐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서은국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입니다. 행복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알려주는 신호이면서 유리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만드는 보상일 뿐입니다.

 

  인간이 동물이고 행복이 신호이자 보상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은 의외로 쉽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하면 되니까요. 간단히 말해 행복해지려면 맛있는것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면 됩니다. 그런데 왜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유전이라고 했을까요? 이렇게 간단한 것을요. 외향성 때문입니다.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향성이고, 심지어 내향적인 사람도 타인과 함께 할 때 더 행복한데, 내향적인 사람은 심리적 부담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보다 행복을 누리지 못하니까요.

 

"선천적으로 내향적인 사람도 타인과 함께 할 때 더 행복할까? 연구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 달랐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꼈다. (중략)

이런 비유가 어떨지.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은 똑같다.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 잇는 정상. 이 둘의 차이는 얼마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오르느냐다. 외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가볍지만, 내향적인 사람의 가방은 어색함, 스트레스, 두려움으로 무겁다. "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다 부질 없으니 그냥 살라고?'라는 생각이 들 때쯤. 정말 몇 페이지 남기지 않고, 책은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행복은 가치나 이상, 혹은 도덕적 지침이 아니라 레몬의 신 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라고요. 가치있는 삶과 행복은 같지 않을 수도 있고, 쾌락을 추구해야 행복하다고요. '쾌락주의자들의 즐거움은 저급하고 무책임한 것 아냐?', '막 이태원 클럽 가고 그러라고?'라는 의문을 갖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런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사람들을 오랜 시간 추적한 연구를 보면 일상에서 기쁨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성공하고, 사회적 관계도 윤택할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게 되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요.

  순자의 성악설이 '인간은 원래 악하니까 포기해!'가 아닌 것처럼, 인간은 동물이고, 행복이 유전이라는 주장이 '어차피 행복은 정해져있어, 그냥 막살아!'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이해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인간은 동물이고 행복이 유전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행복이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이해했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즐거운 경험을 자주 해야한다는 뜻입니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을 자주 하라고 처방을 내리는 의사가 없는 것처럼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는 행복해 질 수 없으니까요.

  책을 덮으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퇴근 후에 가족과 하는 산책, 동학년 선생님들과의 티타임,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가지는 고요한 독서 시간, 맛있는 음식과 맥주 한 잔. 생각보다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다음은 '행복하게 하게 해주는 것과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있나?' 생각해 봤습니다. 비교적 그런편인것 같아서 '잘 살고 있구나'하고 안도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인내를 강요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도 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배워와서 그랬는지 아이들에게 당위와 인내만 강요했던것 같습니다. 행복은 고생 끝에 오는 낙이 아니라 지금 경험해야하는 구체적인 즐거움인데도요. 또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사람은 음식만큼 중요한 생존 자원이기에 감정적 반응도 강력한데,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는 깊은 생각 없이 한 말이 불쾌한 감정을 주는 관계까지도 참게 만드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사람은 모두 달라, 너랑 잘 맞는 친구를 찾아'라고 할 것 같습니다.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며 '행복은 즐거움에 기반한 구체적 경험이고,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을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얼마나 자주 즐거움을 경험하나요? 저는 오늘의 행복을 위해 치킨을 사서 퇴근 하려고 합니다. 시원한 맥주도 살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매일 매일의 경험을 통해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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